MARKETING
고객은 가격을 보고 사지 않는다 (feat. 돈의 심리학)
A/B 테스트의 개선 폭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고객이 지갑을 여는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실험 가설로 검증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입니다.
A/B 테스트의 개선 폭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고객이 지갑을 여는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실험 가설로 검증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입니다.

위그로스
2026년 10월 1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실험 플랫폼을 이끈 로니 코하비(Ron Kohavi)는 수천 건의 통제 실험 결과를 정리하며 불편한 숫자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핵심 지표를 개선하려고 설계한 아이디어 중 실제로 지표를 올린 것은 약 3분의 1이었습니다. 나머지 3분의 1은 아무 변화가 없었고, 또 다른 3분의 1은 오히려 지표를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서툴다(We are poor at assessing the value of ideas).
실무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마주합니다. CTA 문구를 바꾸고, 버튼 위치를 옮기고, 랜딩페이지 헤드라인을 여러 버전으로 테스트합니다. 결과는 대개 미미한 차이이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로 끝납니다. 많은 팀이 이를 실험 횟수가 부족한 탓으로 보고 테스트를 더 늘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험의 양보다 가설의 근거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튼 색과 문구는 고객이 어떻게 클릭하는지를 다룰 뿐, 고객이 왜 돈을 내는지는 다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프레임워크를 통해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으며, 그 본질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합니다. 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조직이 A/B 테스트, 사용자 퍼널 최적화, CAC(고객 획득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였고, 많은 기업들이 그로 인해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앤드류 첸(Andrew Chen)이 2024년에 작성한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에서 이제 그로스해킹은 모두가 하는 기본 전략 즉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가 되었으며,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도 개선되는 전환율의 폭(Marginal Gain)은 점점 작아지는 수확 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CTA 버튼 색깔을 바꾸거나 팝업 위치를 바꾸는 최적화만으로만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앤드류 첸이 정리한 그로스 해킹 10년의 한계에서 출발해, 모건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말한 소비의 비합리성을 가격·리텐션·온보딩 설계에 적용하는 방법, 그리고 A/B 테스트를 심리 가설 검증 도구로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그로스 해킹 10년, A/B 테스트가 마주한 한계

출처: Andrew Chen on the Lost Art of Designing Viral Loops
앤드류 첸(Andrew Chen)은 2012년 'Growth Hacker is the new VP Marketing'이라는 글로 그로스 해킹 열풍에 불을 붙인 인물입니다. 그는 2024년 5월, 10년의 변화를 직접 되짚는 글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을 발표했습니다.
A/B 테스트만으로는 PMF(제품-시장 적합성)에 도달할 수 없다. You can't A/B test your way to product/market fit.
첸이 짚은 한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로스 팀이 꾸준히 만들어내는 소폭의 개선은 계절성, 낮은 리텐션, 시장 S커브 같은 큰 흐름을 이기지 못합니다. 둘째, A/B 테스트는 데이터가 많고 가입·매출처럼 빠르게 측정되는 지표에서 가장 잘 작동하기 때문에, 대형 서비스의 퍼널 상단에는 유효하지만 장기 리텐션 문제에는 활용 범위가 좁습니다. 셋째, 공격적인 그로스 실험은 사용자 경험을 조금씩 훼손해 장기 참여도를 떨어뜨립니다.
여기에 첸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형편없는 클릭률의 법칙(Law of Shitty Clickthroughs)이 더해집니다. 소비자가 같은 전술에 익숙해지면서 모든 채널의 성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집니다. 그로스 기법이 업계 전체의 기본기가 되자 모두가 같은 채널에서 같은 전술을 쓰게 되었고, 그만큼 개선 폭도 줄어들었습니다.
구분 | A/B 테스트가 잘 작동하는 영역 | 한계가 뚜렷한 영역 |
|---|---|---|
데이터 규모 | 트래픽이 많아 빠르게 유의성 확보 | 사용자가 적은 초기 서비스 |
측정 주기 | 일·주 단위로 판단 가능한 지표 | 수개월 뒤 드러나는 리텐션·LTV |
변화의 크기 | 문구·레이아웃 등 작은 변경 | 카테고리·타깃·가격 구조 등 큰 결정 |
퍼널 위치 | 유입·가입 등 퍼널 상단 | 습관 형성·재구매 등 퍼널 하단 |
첸은 결국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어떤 카테고리를 고르고 어떤 고객을 선택하느냐 같은 큰 전략적 결정이라고 정리합니다. 그렇다면 그 큰 결정의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할까요?? 고객이 왜 구매하는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2. 모건 하우절이 말하는 소비의 비합리성

출처: The Psychology of Money, or what makes an investor successful?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의 파트너이자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과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의 저자입니다. 『돈의 심리학』의 문제의식은 단순합니다.
돈을 잘 다루는 일은 얼마나 똑똑한지보다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훨씬 크게 좌우된다.
하우절은 사람들이 재무적 결정을 스프레드시트 위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 자존심, 마케팅, 인센티브가 뒤섞인 저녁 식탁이나 회의실에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마케터가 가격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원가 30달러, 경쟁사 45달러, 그러니 우리는 40달러"라는 계산은 공급자의 논리입니다. 고객은 그 숫자를 '이 돈을 내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최대 금액을 지불 의사(WTP, Willingness to Pay)라고 부르는데, 이 값은 제품 스펙보다 고객의 기대와 감정에 따라 크게 움직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심리적 지불 의사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출처: Willingness to Pay vs. Willingness to Sell: What’s the Difference? - hbs
그렇다면 심리적 지불 의사는 무엇에 의해 높아지고 낮아질까요? 하우절의 관점을 따라가면, 고객은 결제 버튼 앞에서 크게 네 가지를 동시에 저울질합니다. 이 돈이 나의 미래를 얼마나 나아지게 할지, 지금 나의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지, 이 선택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었을 때 무엇을 잃게 될지입니다. 같은 가격표라도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지면 고객이 느끼는 가격은 전혀 다른 숫자가 됩니다.
3. 가격에 반영되는 4가지 심리 구조

출처: From willingness to pay to ability to pay (managing pricing in a time of uncertainty)
앞서 말한 네 가지 질문은 각각 미래, 현재, 관계, 리스크라는 서로 다른 축을 다룹니다. 미래의 축에서는 기대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현재의 축에서는 절약되는 시간이 가격을 정당화하며, 관계의 축에서는 소속감이 가격을 의미로 바꿉니다. 반대로 리스크의 축은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줄여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가격 정책이나 상세페이지를 설계할 때 어느 축을 강조할지에 따라 같은 상품도 전혀 다른 가치로 인식됩니다.
축 | 고객의 질문 | 심리 구조 | 가격에 미치는 영향 |
|---|---|---|---|
미래 | 이걸 사면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 낙관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현재 | 내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까? | 시간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관계 | 이걸 쓰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 귀속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리스크 | 효과가 없으면 무엇을 잃을까? | 손실 회피 | 지불 의사 하락 → 안전 마진으로 상쇄 |
①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 낙관 프리미엄
재테크·커리어 교육 상품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값을 매기는 대상은 강의 영상의 분량보다 '이걸 배운 뒤의 나'입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지고 고용 불안이 커지면서,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기대가 지출의 고통을 상쇄합니다. 따라서 상세페이지와 결제 직전 메시지는 커리큘럼 목록보다 수강 이후 달라지는 상태를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② 시간과 통제권: 시간 프리미엄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으로 자기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꼽습니다. B2B SaaS의 프리미엄 요금제에 비용을 지불하는 의사결정자도 같은 계산을 합니다. 이들이 사는 것은 기능의 합계보다 핵심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단축, 그리고 경쟁사보다 먼저 판단할 수 있는 우선권입니다.
③ 정체성과 소속감: 귀속 프리미엄
하우절은 20대 초반 고급 호텔에서 발레파킹 일을 하며 얻은 깨달음을 차 안의 남자 역설(Man in the Car Paradox)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페라리를 탄 운전자를 보며 그 사람을 감탄하지 않고, '내가 저 차를 타면 사람들이 나를 대단하게 보겠지'라고 상상한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이 비춰주는 '되고 싶은 나'에 값을 지불합니다.
다만 하우절의 원래 메시지는 과시적 소비가 기대만큼 존경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마케터가 이 심리를 활용할 때는 소속감을 보여주기 위한 배지에 그치지 않고,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실제로 교류하는 경험으로 설계해야 장기적인 만족이 유지됩니다.
④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 마진: 손실 회피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92년 누적 전망 이론 연구에서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약 2.25배 더 크게 느낀다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계수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150여 편의 연구를 종합한 2024년 메타분석에서도 평균값은 약 2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결제 직전의 고객은 돈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을 손실로 계산합니다. 단순한 환불 보장에 더해 첫 성과가 나올 때까지의 경로를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심리 구조 | 기능 중심 메시지 | 심리 중심 메시지 |
|---|---|---|
낙관 프리미엄 | 강의 40개, 총 30시간 | 3개월 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나 |
시간 프리미엄 | 판례 검색 무제한 | 리서치 시간을 줄이고 판단에만 집중 |
귀속 프리미엄 | 월 1회 전략 컨설팅 | 같은 고민을 하는 실무 리더들과의 네트워크 |
안전 마진 | 30일 환불 보장 | 첫 성과가 나올 때까지 온보딩 매니저 동행 |

출처: LTV:CAC Ratio - Geckoboard
여기까지는 고객이 처음 지갑을 여는 순간의 심리입니다. 하지만 그로스 마케팅에서 첫 결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아무리 높은 심리적 지불 의사로 첫 구매를 이끌어내도, 고객이 기대했던 미래를 경험하지 못하면 다음 결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한 번의 큰 수익보다 오래 유지되는 복리의 힘입니다. 고객 관계도 마찬가지로, 첫 구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LTV가 복리처럼 커집니다.
4. 행동 자산이 만드는 리텐션

출처: 15 Member Retention Strategies - Outseta
그렇다면 고객이 계속 머물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많은 서비스가 이 질문에 할인 쿠폰이나 알림으로 답합니다. 이런 방식은 고객을 다시 불러올 수는 있지만, 고객이 이 서비스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이 섹션에서는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직접 만든 기록, 설정, 관계처럼 사용할수록 쌓이는 행동 자산(Behavioral Asset)이 어떻게 리텐션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푸시 알림, 포인트, 리마인드 이메일은 모두 외부 자극입니다. 앞서 본 클릭률의 법칙처럼 외부 자극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집니다. 더 오래 가는 리텐션은 사용자가 서비스 안에 스스로의 시간과 노력을 쌓아가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 연구팀은 2012년 직접 만든 결과물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정의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조건입니다. 노력이 완성된 결과물로 이어졌을 때만 효과가 나타났고, 과제를 끝내지 못했거나 만든 것을 해체한 경우에는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온보딩에서 사용자에게 설정과 입력을 요구한다면, 그 노력이 반드시 눈에 보이는 결과로 완성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처: The IKEA Effect - Why people fall in love with their own ideas
슬랙(Slack)은 이 원리를 지표로 증명했습니다.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팀 단위로 2,000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고객의 93%가 계속 슬랙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0개의 메시지는 검색 가능한 업무 기록이자 동료와의 협업 관계입니다. 사용자가 쌓은 기록과 관계가 곧 서비스에 머물 이유가 된 것입니다.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데이터 반출을 막거나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은 리텐션 전략이 될 수 없으며, 사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에 해당합니다. 행동 자산의 목표는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머물 이유를 쌓는 데 있습니다. 대시보드에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을 보여주기보다 "자동화로 절약한 시간 12시간, 생성한 템플릿 24개"처럼 사용자가 얻은 가치를 보여주는 편이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신뢰를 지킬 수 있습니다.
행동 자산의 원리는 명확하지만 실무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막 가입한 신규 사용자에게는 아직 쌓인 자산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행동이 나중에 의미 있는 자산이 될지도 알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이탈이 가입 초기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신규 사용자가 첫 주 안에 '자산이 되는 행동'을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설계가 필요하며, 그 답은 이미 그 길을 걸어간 고객들의 데이터 안에 있습니다.
5. 심리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로서의 A/B 테스트

출처: A/B Testing Framework: Key Concepts Explained - Coveo
코하비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사람의 직관은 자주 틀립니다. 이는 심리학 기반의 아이디어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고객은 기능보다 정체성을 산다"는 통찰도 우리 서비스에서 검증하기 전까지는 가설일 뿐입니다. 결국 A/B 테스트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무엇을 테스트하느냐가 달라져야 합니다.
구분 | 최적화형 실험 | 심리 가설형 실험 |
|---|---|---|
가설의 출처 | 디자인·카피 아이디어 | 고객 인터뷰, 코호트 분석에서 나온 구매 동기 |
변경 대상 | 버튼 색, CTA 문구, 배치 | 가격 페이지의 가치 제안, 온보딩 미션, 보장 방식 |
핵심 지표 | 클릭률, 단기 전환율 | 전환율과 함께 90일 유지율·LTV |
결과로 얻는 것 | 이번 페이지의 승자 |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에 대한 학습 |
예를 들어 "프리미엄 요금제 고객은 기능보다 시간 절감에 반응한다"는 가설을 세웠다면, 가격 페이지 A안은 기능 비교표 중심으로, B안은 절감되는 리서치 시간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이때 업그레이드율만 보지 않고 90일 유지율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첸이 경고했듯 단기 지표만 올리는 실험은 장기 사용자 경험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하비가 강조하는 종합 평가 기준(OEC, Overall Evaluation Criterion)처럼 단기 성과와 장기 가치를 함께 담은 지표를 사전에 합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구매 이유에서 출발하는 A/B 테스트

출처: Why do we take mental shortcuts?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 데이터가 보여주듯, 정교하게 설계한 아이디어도 실제로 지표를 개선하는 비율은 3분의 1 남짓입니다. 앤드류 첸의 지적처럼 그로스 기법이 업계 전체의 기본기가 되면서, 모두가 같은 채널에서 같은 방식으로 버튼과 문구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횟수는 늘었지만 개선 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부분의 가설이 '고객이 어떻게 클릭하는가'라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모건 하우절은 이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힌트를 줍니다. 고객들은 감정과 경험, 자존심이 뒤섞인 자리에서 돈을 씁니다. 고객이 결제 버튼 앞에서 저울질하는 것은 숫자로 적힌 가격이 아니라 이 선택이 가져다줄 미래, 아껴줄 시간, 보여줄 정체성,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손실입니다. 이 네 가지 심리를 이해하면 가격 페이지의 첫 문장, 프리미엄 요금제의 혜택 구성, 환불 정책의 설계까지 실험할 수 있는 가설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출처: The Emotional Connection With Feel-Good Purchases
다만 심리를 이해하는 것과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해지를 어렵게 만들거나 매몰비용으로 고객을 붙잡는 방식은 단기 지표를 올릴 수는 있어도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오래 가는 성장은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쌓은 기록과 관계가 실제 가치로 돌아올 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심리학에서 나온 통찰도 우리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위 코호트의 행동이 성공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구분할 수 없듯, 모든 심리적 통찰은 검증 전까지 가설일 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B 테스트는 버튼 색을 고르는 도구에서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 학습하는 도구로 역할이 바뀝니다.
결국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의 차이는 실험의 양보다 가설의 출처에서 생깁니다. 고객 인터뷰와 코호트 분석에서 구매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가설로 세워 A/B 테스트로 검증하고, 단기 전환율과 함께 장기 유지율까지 확인하는 순환을 만드는 것이 그로스 마케팅의 다음 단계입니다. 고객은 가격을 보고 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실험도 가격과 버튼에서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 A/B 테스트를 기획하기 전에, 고객이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부터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One Step Growth to a better Life, Wegrowth!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실험 플랫폼을 이끈 로니 코하비(Ron Kohavi)는 수천 건의 통제 실험 결과를 정리하며 불편한 숫자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핵심 지표를 개선하려고 설계한 아이디어 중 실제로 지표를 올린 것은 약 3분의 1이었습니다. 나머지 3분의 1은 아무 변화가 없었고, 또 다른 3분의 1은 오히려 지표를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서툴다(We are poor at assessing the value of ideas).
실무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마주합니다. CTA 문구를 바꾸고, 버튼 위치를 옮기고, 랜딩페이지 헤드라인을 여러 버전으로 테스트합니다. 결과는 대개 미미한 차이이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로 끝납니다. 많은 팀이 이를 실험 횟수가 부족한 탓으로 보고 테스트를 더 늘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험의 양보다 가설의 근거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튼 색과 문구는 고객이 어떻게 클릭하는지를 다룰 뿐, 고객이 왜 돈을 내는지는 다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프레임워크를 통해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으며, 그 본질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합니다. 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조직이 A/B 테스트, 사용자 퍼널 최적화, CAC(고객 획득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였고, 많은 기업들이 그로 인해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앤드류 첸(Andrew Chen)이 2024년에 작성한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에서 이제 그로스해킹은 모두가 하는 기본 전략 즉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가 되었으며,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도 개선되는 전환율의 폭(Marginal Gain)은 점점 작아지는 수확 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CTA 버튼 색깔을 바꾸거나 팝업 위치를 바꾸는 최적화만으로만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앤드류 첸이 정리한 그로스 해킹 10년의 한계에서 출발해, 모건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말한 소비의 비합리성을 가격·리텐션·온보딩 설계에 적용하는 방법, 그리고 A/B 테스트를 심리 가설 검증 도구로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그로스 해킹 10년, A/B 테스트가 마주한 한계

출처: Andrew Chen on the Lost Art of Designing Viral Loops
앤드류 첸(Andrew Chen)은 2012년 'Growth Hacker is the new VP Marketing'이라는 글로 그로스 해킹 열풍에 불을 붙인 인물입니다. 그는 2024년 5월, 10년의 변화를 직접 되짚는 글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을 발표했습니다.
A/B 테스트만으로는 PMF(제품-시장 적합성)에 도달할 수 없다. You can't A/B test your way to product/market fit.
첸이 짚은 한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로스 팀이 꾸준히 만들어내는 소폭의 개선은 계절성, 낮은 리텐션, 시장 S커브 같은 큰 흐름을 이기지 못합니다. 둘째, A/B 테스트는 데이터가 많고 가입·매출처럼 빠르게 측정되는 지표에서 가장 잘 작동하기 때문에, 대형 서비스의 퍼널 상단에는 유효하지만 장기 리텐션 문제에는 활용 범위가 좁습니다. 셋째, 공격적인 그로스 실험은 사용자 경험을 조금씩 훼손해 장기 참여도를 떨어뜨립니다.
여기에 첸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형편없는 클릭률의 법칙(Law of Shitty Clickthroughs)이 더해집니다. 소비자가 같은 전술에 익숙해지면서 모든 채널의 성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집니다. 그로스 기법이 업계 전체의 기본기가 되자 모두가 같은 채널에서 같은 전술을 쓰게 되었고, 그만큼 개선 폭도 줄어들었습니다.
구분 | A/B 테스트가 잘 작동하는 영역 | 한계가 뚜렷한 영역 |
|---|---|---|
데이터 규모 | 트래픽이 많아 빠르게 유의성 확보 | 사용자가 적은 초기 서비스 |
측정 주기 | 일·주 단위로 판단 가능한 지표 | 수개월 뒤 드러나는 리텐션·LTV |
변화의 크기 | 문구·레이아웃 등 작은 변경 | 카테고리·타깃·가격 구조 등 큰 결정 |
퍼널 위치 | 유입·가입 등 퍼널 상단 | 습관 형성·재구매 등 퍼널 하단 |
첸은 결국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어떤 카테고리를 고르고 어떤 고객을 선택하느냐 같은 큰 전략적 결정이라고 정리합니다. 그렇다면 그 큰 결정의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할까요?? 고객이 왜 구매하는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2. 모건 하우절이 말하는 소비의 비합리성

출처: The Psychology of Money, or what makes an investor successful?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의 파트너이자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과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의 저자입니다. 『돈의 심리학』의 문제의식은 단순합니다.
돈을 잘 다루는 일은 얼마나 똑똑한지보다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훨씬 크게 좌우된다.
하우절은 사람들이 재무적 결정을 스프레드시트 위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 자존심, 마케팅, 인센티브가 뒤섞인 저녁 식탁이나 회의실에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마케터가 가격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원가 30달러, 경쟁사 45달러, 그러니 우리는 40달러"라는 계산은 공급자의 논리입니다. 고객은 그 숫자를 '이 돈을 내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최대 금액을 지불 의사(WTP, Willingness to Pay)라고 부르는데, 이 값은 제품 스펙보다 고객의 기대와 감정에 따라 크게 움직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심리적 지불 의사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출처: Willingness to Pay vs. Willingness to Sell: What’s the Difference? - hbs
그렇다면 심리적 지불 의사는 무엇에 의해 높아지고 낮아질까요? 하우절의 관점을 따라가면, 고객은 결제 버튼 앞에서 크게 네 가지를 동시에 저울질합니다. 이 돈이 나의 미래를 얼마나 나아지게 할지, 지금 나의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지, 이 선택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었을 때 무엇을 잃게 될지입니다. 같은 가격표라도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지면 고객이 느끼는 가격은 전혀 다른 숫자가 됩니다.
3. 가격에 반영되는 4가지 심리 구조

출처: From willingness to pay to ability to pay (managing pricing in a time of uncertainty)
앞서 말한 네 가지 질문은 각각 미래, 현재, 관계, 리스크라는 서로 다른 축을 다룹니다. 미래의 축에서는 기대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현재의 축에서는 절약되는 시간이 가격을 정당화하며, 관계의 축에서는 소속감이 가격을 의미로 바꿉니다. 반대로 리스크의 축은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줄여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가격 정책이나 상세페이지를 설계할 때 어느 축을 강조할지에 따라 같은 상품도 전혀 다른 가치로 인식됩니다.
축 | 고객의 질문 | 심리 구조 | 가격에 미치는 영향 |
|---|---|---|---|
미래 | 이걸 사면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 낙관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현재 | 내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까? | 시간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관계 | 이걸 쓰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 귀속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리스크 | 효과가 없으면 무엇을 잃을까? | 손실 회피 | 지불 의사 하락 → 안전 마진으로 상쇄 |
①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 낙관 프리미엄
재테크·커리어 교육 상품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값을 매기는 대상은 강의 영상의 분량보다 '이걸 배운 뒤의 나'입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지고 고용 불안이 커지면서,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기대가 지출의 고통을 상쇄합니다. 따라서 상세페이지와 결제 직전 메시지는 커리큘럼 목록보다 수강 이후 달라지는 상태를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② 시간과 통제권: 시간 프리미엄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으로 자기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꼽습니다. B2B SaaS의 프리미엄 요금제에 비용을 지불하는 의사결정자도 같은 계산을 합니다. 이들이 사는 것은 기능의 합계보다 핵심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단축, 그리고 경쟁사보다 먼저 판단할 수 있는 우선권입니다.
③ 정체성과 소속감: 귀속 프리미엄
하우절은 20대 초반 고급 호텔에서 발레파킹 일을 하며 얻은 깨달음을 차 안의 남자 역설(Man in the Car Paradox)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페라리를 탄 운전자를 보며 그 사람을 감탄하지 않고, '내가 저 차를 타면 사람들이 나를 대단하게 보겠지'라고 상상한다는 것입니다. 고객은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이 비춰주는 '되고 싶은 나'에 값을 지불합니다.
다만 하우절의 원래 메시지는 과시적 소비가 기대만큼 존경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마케터가 이 심리를 활용할 때는 소속감을 보여주기 위한 배지에 그치지 않고,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실제로 교류하는 경험으로 설계해야 장기적인 만족이 유지됩니다.
④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 마진: 손실 회피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1992년 누적 전망 이론 연구에서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약 2.25배 더 크게 느낀다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계수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150여 편의 연구를 종합한 2024년 메타분석에서도 평균값은 약 2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결제 직전의 고객은 돈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을 손실로 계산합니다. 단순한 환불 보장에 더해 첫 성과가 나올 때까지의 경로를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심리 구조 | 기능 중심 메시지 | 심리 중심 메시지 |
|---|---|---|
낙관 프리미엄 | 강의 40개, 총 30시간 | 3개월 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나 |
시간 프리미엄 | 판례 검색 무제한 | 리서치 시간을 줄이고 판단에만 집중 |
귀속 프리미엄 | 월 1회 전략 컨설팅 | 같은 고민을 하는 실무 리더들과의 네트워크 |
안전 마진 | 30일 환불 보장 | 첫 성과가 나올 때까지 온보딩 매니저 동행 |

출처: LTV:CAC Ratio - Geckoboard
여기까지는 고객이 처음 지갑을 여는 순간의 심리입니다. 하지만 그로스 마케팅에서 첫 결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아무리 높은 심리적 지불 의사로 첫 구매를 이끌어내도, 고객이 기대했던 미래를 경험하지 못하면 다음 결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한 번의 큰 수익보다 오래 유지되는 복리의 힘입니다. 고객 관계도 마찬가지로, 첫 구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LTV가 복리처럼 커집니다.
4. 행동 자산이 만드는 리텐션

출처: 15 Member Retention Strategies - Outseta
그렇다면 고객이 계속 머물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많은 서비스가 이 질문에 할인 쿠폰이나 알림으로 답합니다. 이런 방식은 고객을 다시 불러올 수는 있지만, 고객이 이 서비스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이 섹션에서는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직접 만든 기록, 설정, 관계처럼 사용할수록 쌓이는 행동 자산(Behavioral Asset)이 어떻게 리텐션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푸시 알림, 포인트, 리마인드 이메일은 모두 외부 자극입니다. 앞서 본 클릭률의 법칙처럼 외부 자극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집니다. 더 오래 가는 리텐션은 사용자가 서비스 안에 스스로의 시간과 노력을 쌓아가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 연구팀은 2012년 직접 만든 결과물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정의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조건입니다. 노력이 완성된 결과물로 이어졌을 때만 효과가 나타났고, 과제를 끝내지 못했거나 만든 것을 해체한 경우에는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온보딩에서 사용자에게 설정과 입력을 요구한다면, 그 노력이 반드시 눈에 보이는 결과로 완성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처: The IKEA Effect - Why people fall in love with their own ideas
슬랙(Slack)은 이 원리를 지표로 증명했습니다.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팀 단위로 2,000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고객의 93%가 계속 슬랙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0개의 메시지는 검색 가능한 업무 기록이자 동료와의 협업 관계입니다. 사용자가 쌓은 기록과 관계가 곧 서비스에 머물 이유가 된 것입니다.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데이터 반출을 막거나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은 리텐션 전략이 될 수 없으며, 사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에 해당합니다. 행동 자산의 목표는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머물 이유를 쌓는 데 있습니다. 대시보드에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을 보여주기보다 "자동화로 절약한 시간 12시간, 생성한 템플릿 24개"처럼 사용자가 얻은 가치를 보여주는 편이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신뢰를 지킬 수 있습니다.
행동 자산의 원리는 명확하지만 실무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막 가입한 신규 사용자에게는 아직 쌓인 자산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행동이 나중에 의미 있는 자산이 될지도 알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이탈이 가입 초기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신규 사용자가 첫 주 안에 '자산이 되는 행동'을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설계가 필요하며, 그 답은 이미 그 길을 걸어간 고객들의 데이터 안에 있습니다.
5. 심리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로서의 A/B 테스트

출처: A/B Testing Framework: Key Concepts Explained - Coveo
코하비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사람의 직관은 자주 틀립니다. 이는 심리학 기반의 아이디어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고객은 기능보다 정체성을 산다"는 통찰도 우리 서비스에서 검증하기 전까지는 가설일 뿐입니다. 결국 A/B 테스트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무엇을 테스트하느냐가 달라져야 합니다.
구분 | 최적화형 실험 | 심리 가설형 실험 |
|---|---|---|
가설의 출처 | 디자인·카피 아이디어 | 고객 인터뷰, 코호트 분석에서 나온 구매 동기 |
변경 대상 | 버튼 색, CTA 문구, 배치 | 가격 페이지의 가치 제안, 온보딩 미션, 보장 방식 |
핵심 지표 | 클릭률, 단기 전환율 | 전환율과 함께 90일 유지율·LTV |
결과로 얻는 것 | 이번 페이지의 승자 |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에 대한 학습 |
예를 들어 "프리미엄 요금제 고객은 기능보다 시간 절감에 반응한다"는 가설을 세웠다면, 가격 페이지 A안은 기능 비교표 중심으로, B안은 절감되는 리서치 시간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이때 업그레이드율만 보지 않고 90일 유지율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첸이 경고했듯 단기 지표만 올리는 실험은 장기 사용자 경험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하비가 강조하는 종합 평가 기준(OEC, Overall Evaluation Criterion)처럼 단기 성과와 장기 가치를 함께 담은 지표를 사전에 합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구매 이유에서 출발하는 A/B 테스트

출처: Why do we take mental shortcuts?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 데이터가 보여주듯, 정교하게 설계한 아이디어도 실제로 지표를 개선하는 비율은 3분의 1 남짓입니다. 앤드류 첸의 지적처럼 그로스 기법이 업계 전체의 기본기가 되면서, 모두가 같은 채널에서 같은 방식으로 버튼과 문구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횟수는 늘었지만 개선 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부분의 가설이 '고객이 어떻게 클릭하는가'라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모건 하우절은 이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힌트를 줍니다. 고객들은 감정과 경험, 자존심이 뒤섞인 자리에서 돈을 씁니다. 고객이 결제 버튼 앞에서 저울질하는 것은 숫자로 적힌 가격이 아니라 이 선택이 가져다줄 미래, 아껴줄 시간, 보여줄 정체성,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손실입니다. 이 네 가지 심리를 이해하면 가격 페이지의 첫 문장, 프리미엄 요금제의 혜택 구성, 환불 정책의 설계까지 실험할 수 있는 가설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출처: The Emotional Connection With Feel-Good Purchases
다만 심리를 이해하는 것과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해지를 어렵게 만들거나 매몰비용으로 고객을 붙잡는 방식은 단기 지표를 올릴 수는 있어도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오래 가는 성장은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쌓은 기록과 관계가 실제 가치로 돌아올 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심리학에서 나온 통찰도 우리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위 코호트의 행동이 성공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구분할 수 없듯, 모든 심리적 통찰은 검증 전까지 가설일 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B 테스트는 버튼 색을 고르는 도구에서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 학습하는 도구로 역할이 바뀝니다.
결국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의 차이는 실험의 양보다 가설의 출처에서 생깁니다. 고객 인터뷰와 코호트 분석에서 구매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가설로 세워 A/B 테스트로 검증하고, 단기 전환율과 함께 장기 유지율까지 확인하는 순환을 만드는 것이 그로스 마케팅의 다음 단계입니다. 고객은 가격을 보고 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실험도 가격과 버튼에서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 A/B 테스트를 기획하기 전에, 고객이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부터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One Step Growth to a better Life, Wegrowth!

ChatGPT 광고,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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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마케팅이란? MMP·딥링크·캠페인 단계별 설계 전략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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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가격을 보고 사지 않는다 (feat. 돈의 심리학)
A/B 테스트의 개선 폭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 고객이 지갑을 여는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실험 가설로 검증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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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실험 플랫폼을 이끈 로니 코하비(Ron Kohavi)는 수천 건의 통제 실험 결과를 정리하며 불편한 숫자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핵심 지표를 개선하려고 설계한 아이디어 중 실제로 지표를 올린 것은 약 3분의 1이었습니다. 나머지 3분의 1은 아무 변화가 없었고, 또 다른 3분의 1은 오히려 지표를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서툴다(We are poor at assessing the value of ideas).
실무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마주합니다. CTA 문구를 바꾸고, 버튼 위치를 옮기고, 랜딩페이지 헤드라인을 여러 버전으로 테스트합니다. 결과는 대개 미미한 차이이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로 끝납니다. 많은 팀이 이를 실험 횟수가 부족한 탓으로 보고 테스트를 더 늘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험의 양보다 가설의 근거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튼 색과 문구는 고객이 어떻게 클릭하는지를 다룰 뿐, 고객이 왜 돈을 내는지는 다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프레임워크를 통해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으며, 그 본질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합니다. 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조직이 A/B 테스트, 사용자 퍼널 최적화, CAC(고객 획득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였고, 많은 기업들이 그로 인해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앤드류 첸(Andrew Chen)이 2024년에 작성한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에서 이제 그로스해킹은 모두가 하는 기본 전략 즉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가 되었으며,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도 개선되는 전환율의 폭(Marginal Gain)은 점점 작아지는 수확 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CTA 버튼 색깔을 바꾸거나 팝업 위치를 바꾸는 최적화만으로만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앤드류 첸이 정리한 그로스 해킹 10년의 한계에서 출발해, 모건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말한 소비의 비합리성을 가격·리텐션·온보딩 설계에 적용하는 방법, 그리고 A/B 테스트를 심리 가설 검증 도구로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그로스 해킹 10년, A/B 테스트가 마주한 한계

출처: Andrew Chen on the Lost Art of Designing Viral Loops
앤드류 첸(Andrew Chen)은 2012년 'Growth Hacker is the new VP Marketing'이라는 글로 그로스 해킹 열풍에 불을 붙인 인물입니다. 그는 2024년 5월, 10년의 변화를 직접 되짚는 글 '10 years after Growth Hacking'을 발표했습니다.
A/B 테스트만으로는 PMF(제품-시장 적합성)에 도달할 수 없다. You can't A/B test your way to product/market fit.
첸이 짚은 한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로스 팀이 꾸준히 만들어내는 소폭의 개선은 계절성, 낮은 리텐션, 시장 S커브 같은 큰 흐름을 이기지 못합니다. 둘째, A/B 테스트는 데이터가 많고 가입·매출처럼 빠르게 측정되는 지표에서 가장 잘 작동하기 때문에, 대형 서비스의 퍼널 상단에는 유효하지만 장기 리텐션 문제에는 활용 범위가 좁습니다. 셋째, 공격적인 그로스 실험은 사용자 경험을 조금씩 훼손해 장기 참여도를 떨어뜨립니다.
여기에 첸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형편없는 클릭률의 법칙(Law of Shitty Clickthroughs)이 더해집니다. 소비자가 같은 전술에 익숙해지면서 모든 채널의 성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집니다. 그로스 기법이 업계 전체의 기본기가 되자 모두가 같은 채널에서 같은 전술을 쓰게 되었고, 그만큼 개선 폭도 줄어들었습니다.
구분 | A/B 테스트가 잘 작동하는 영역 | 한계가 뚜렷한 영역 |
|---|---|---|
데이터 규모 | 트래픽이 많아 빠르게 유의성 확보 | 사용자가 적은 초기 서비스 |
측정 주기 | 일·주 단위로 판단 가능한 지표 | 수개월 뒤 드러나는 리텐션·LTV |
변화의 크기 | 문구·레이아웃 등 작은 변경 | 카테고리·타깃·가격 구조 등 큰 결정 |
퍼널 위치 | 유입·가입 등 퍼널 상단 | 습관 형성·재구매 등 퍼널 하단 |
첸은 결국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어떤 카테고리를 고르고 어떤 고객을 선택하느냐 같은 큰 전략적 결정이라고 정리합니다. 그렇다면 그 큰 결정의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할까요?? 고객이 왜 구매하는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2. 모건 하우절이 말하는 소비의 비합리성

출처: The Psychology of Money, or what makes an investor successful?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의 파트너이자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과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의 저자입니다. 『돈의 심리학』의 문제의식은 단순합니다.
돈을 잘 다루는 일은 얼마나 똑똑한지보다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훨씬 크게 좌우된다.
하우절은 사람들이 재무적 결정을 스프레드시트 위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 자존심, 마케팅, 인센티브가 뒤섞인 저녁 식탁이나 회의실에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통찰은 마케터가 가격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원가 30달러, 경쟁사 45달러, 그러니 우리는 40달러"라는 계산은 공급자의 논리입니다. 고객은 그 숫자를 '이 돈을 내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려는 최대 금액을 지불 의사(WTP, Willingness to Pay)라고 부르는데, 이 값은 제품 스펙보다 고객의 기대와 감정에 따라 크게 움직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심리적 지불 의사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출처: Willingness to Pay vs. Willingness to Sell: What’s the Difference? - hbs
그렇다면 심리적 지불 의사는 무엇에 의해 높아지고 낮아질까요? 하우절의 관점을 따라가면, 고객은 결제 버튼 앞에서 크게 네 가지를 동시에 저울질합니다. 이 돈이 나의 미래를 얼마나 나아지게 할지, 지금 나의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지, 이 선택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었을 때 무엇을 잃게 될지입니다. 같은 가격표라도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지면 고객이 느끼는 가격은 전혀 다른 숫자가 됩니다.
3. 가격에 반영되는 4가지 심리 구조

출처: From willingness to pay to ability to pay (managing pricing in a time of uncertainty)
앞서 말한 네 가지 질문은 각각 미래, 현재, 관계, 리스크라는 서로 다른 축을 다룹니다. 미래의 축에서는 기대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현재의 축에서는 절약되는 시간이 가격을 정당화하며, 관계의 축에서는 소속감이 가격을 의미로 바꿉니다. 반대로 리스크의 축은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줄여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마케터가 가격 정책이나 상세페이지를 설계할 때 어느 축을 강조할지에 따라 같은 상품도 전혀 다른 가치로 인식됩니다.
축 | 고객의 질문 | 심리 구조 | 가격에 미치는 영향 |
|---|---|---|---|
미래 | 이걸 사면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 낙관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현재 | 내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까? | 시간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관계 | 이걸 쓰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 귀속 프리미엄 | 지불 의사 상승 |
리스크 | 효과가 없으면 무엇을 잃을까? | 손실 회피 | 지불 의사 하락 → 안전 마진으로 상쇄 |
①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 낙관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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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시간과 통제권: 시간 프리미엄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으로 자기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꼽습니다. B2B SaaS의 프리미엄 요금제에 비용을 지불하는 의사결정자도 같은 계산을 합니다. 이들이 사는 것은 기능의 합계보다 핵심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단축, 그리고 경쟁사보다 먼저 판단할 수 있는 우선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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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우절의 원래 메시지는 과시적 소비가 기대만큼 존경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마케터가 이 심리를 활용할 때는 소속감을 보여주기 위한 배지에 그치지 않고,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실제로 교류하는 경험으로 설계해야 장기적인 만족이 유지됩니다.
④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 마진: 손실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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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구조 | 기능 중심 메시지 | 심리 중심 메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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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고객이 처음 지갑을 여는 순간의 심리입니다. 하지만 그로스 마케팅에서 첫 결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아무리 높은 심리적 지불 의사로 첫 구매를 이끌어내도, 고객이 기대했던 미래를 경험하지 못하면 다음 결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한 번의 큰 수익보다 오래 유지되는 복리의 힘입니다. 고객 관계도 마찬가지로, 첫 구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LTV가 복리처럼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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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객이 계속 머물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많은 서비스가 이 질문에 할인 쿠폰이나 알림으로 답합니다. 이런 방식은 고객을 다시 불러올 수는 있지만, 고객이 이 서비스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이 섹션에서는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직접 만든 기록, 설정, 관계처럼 사용할수록 쌓이는 행동 자산(Behavioral Asset)이 어떻게 리텐션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푸시 알림, 포인트, 리마인드 이메일은 모두 외부 자극입니다. 앞서 본 클릭률의 법칙처럼 외부 자극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집니다. 더 오래 가는 리텐션은 사용자가 서비스 안에 스스로의 시간과 노력을 쌓아가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 연구팀은 2012년 직접 만든 결과물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현상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정의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조건입니다. 노력이 완성된 결과물로 이어졌을 때만 효과가 나타났고, 과제를 끝내지 못했거나 만든 것을 해체한 경우에는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온보딩에서 사용자에게 설정과 입력을 요구한다면, 그 노력이 반드시 눈에 보이는 결과로 완성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출처: The IKEA Effect - Why people fall in love with their own ideas
슬랙(Slack)은 이 원리를 지표로 증명했습니다.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팀 단위로 2,000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고객의 93%가 계속 슬랙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0개의 메시지는 검색 가능한 업무 기록이자 동료와의 협업 관계입니다. 사용자가 쌓은 기록과 관계가 곧 서비스에 머물 이유가 된 것입니다.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데이터 반출을 막거나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은 리텐션 전략이 될 수 없으며, 사용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에 해당합니다. 행동 자산의 목표는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머물 이유를 쌓는 데 있습니다. 대시보드에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을 보여주기보다 "자동화로 절약한 시간 12시간, 생성한 템플릿 24개"처럼 사용자가 얻은 가치를 보여주는 편이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신뢰를 지킬 수 있습니다.
행동 자산의 원리는 명확하지만 실무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남습니다. 막 가입한 신규 사용자에게는 아직 쌓인 자산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고, 어떤 행동이 나중에 의미 있는 자산이 될지도 알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이탈이 가입 초기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신규 사용자가 첫 주 안에 '자산이 되는 행동'을 경험하도록 안내하는 설계가 필요하며, 그 답은 이미 그 길을 걸어간 고객들의 데이터 안에 있습니다.
5. 심리 가설을 검증하는 도구로서의 A/B 테스트

출처: A/B Testing Framework: Key Concepts Explained - Coveo
코하비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사람의 직관은 자주 틀립니다. 이는 심리학 기반의 아이디어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고객은 기능보다 정체성을 산다"는 통찰도 우리 서비스에서 검증하기 전까지는 가설일 뿐입니다. 결국 A/B 테스트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무엇을 테스트하느냐가 달라져야 합니다.
구분 | 최적화형 실험 | 심리 가설형 실험 |
|---|---|---|
가설의 출처 | 디자인·카피 아이디어 | 고객 인터뷰, 코호트 분석에서 나온 구매 동기 |
변경 대상 | 버튼 색, CTA 문구, 배치 | 가격 페이지의 가치 제안, 온보딩 미션, 보장 방식 |
핵심 지표 | 클릭률, 단기 전환율 | 전환율과 함께 90일 유지율·LTV |
결과로 얻는 것 | 이번 페이지의 승자 |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에 대한 학습 |
예를 들어 "프리미엄 요금제 고객은 기능보다 시간 절감에 반응한다"는 가설을 세웠다면, 가격 페이지 A안은 기능 비교표 중심으로, B안은 절감되는 리서치 시간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이때 업그레이드율만 보지 않고 90일 유지율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첸이 경고했듯 단기 지표만 올리는 실험은 장기 사용자 경험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하비가 강조하는 종합 평가 기준(OEC, Overall Evaluation Criterion)처럼 단기 성과와 장기 가치를 함께 담은 지표를 사전에 합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구매 이유에서 출발하는 A/B 테스트

출처: Why do we take mental shortcuts?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 데이터가 보여주듯, 정교하게 설계한 아이디어도 실제로 지표를 개선하는 비율은 3분의 1 남짓입니다. 앤드류 첸의 지적처럼 그로스 기법이 업계 전체의 기본기가 되면서, 모두가 같은 채널에서 같은 방식으로 버튼과 문구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횟수는 늘었지만 개선 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부분의 가설이 '고객이 어떻게 클릭하는가'라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모건 하우절은 이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힌트를 줍니다. 고객들은 감정과 경험, 자존심이 뒤섞인 자리에서 돈을 씁니다. 고객이 결제 버튼 앞에서 저울질하는 것은 숫자로 적힌 가격이 아니라 이 선택이 가져다줄 미래, 아껴줄 시간, 보여줄 정체성,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손실입니다. 이 네 가지 심리를 이해하면 가격 페이지의 첫 문장, 프리미엄 요금제의 혜택 구성, 환불 정책의 설계까지 실험할 수 있는 가설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출처: The Emotional Connection With Feel-Good Purchases
다만 심리를 이해하는 것과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해지를 어렵게 만들거나 매몰비용으로 고객을 붙잡는 방식은 단기 지표를 올릴 수는 있어도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오래 가는 성장은 고객이 서비스 안에서 쌓은 기록과 관계가 실제 가치로 돌아올 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심리학에서 나온 통찰도 우리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위 코호트의 행동이 성공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구분할 수 없듯, 모든 심리적 통찰은 검증 전까지 가설일 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B 테스트는 버튼 색을 고르는 도구에서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 학습하는 도구로 역할이 바뀝니다.
결국 성장하는 조직과 정체된 조직의 차이는 실험의 양보다 가설의 출처에서 생깁니다. 고객 인터뷰와 코호트 분석에서 구매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가설로 세워 A/B 테스트로 검증하고, 단기 전환율과 함께 장기 유지율까지 확인하는 순환을 만드는 것이 그로스 마케팅의 다음 단계입니다. 고객은 가격을 보고 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실험도 가격과 버튼에서 멈출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 A/B 테스트를 기획하기 전에, 고객이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부터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One Step Growth to a better Life, Wegrowth!